딱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화장실 바닥이나 변기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그 지독한 기운은 단순히 락스 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 유격이 생기면 암모니아 가스가 틈을 타고 거실까지 번지는 건 순식간이거든요. 어제는 회기동 현장에 도착했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퀴퀴한 습기가 확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마스크 끈을 바짝 조여 맸습니다.짐을 풀고 화장실로 들어가 양변기 주변을 살피는데 타일 사이사이에 미세하게 금이 가 있더라고요. 연장 가방을 내려놓고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아 살펴보니 변기 수평이 살짝 틀어져서 배관이랑 맞물리는 회기동 하수구 부위가 벌어진 상태였습니다. 이럴 땐 부품 하나 갈아끼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틈새를 얼마나 정교하게 메우느냐가 관건이죠. 제가 사용하는 트랩이랑 고무 패킹은 개당 단가가 몇 천 원 차이 안 나지만 내구성은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작업 중에 집주인분께서 시원한 옥수수차 한 잔을 내어주셨는데 땀을 좀 닦고 한숨 돌리며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이 부품은 시중에서 7,000원 정도면 구하는 건데, 대신 압착력이 좋아서 한 번 끼워두면 5년은 거뜬합니다."괜히 비싼 거 쓴다고 거짓말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게 제 마음도 편하거든요.본격적으로 양변기를 탈거하려고 몽키 스패너를 회기동 하수구 들었는데 너트가 녹슬어서 꼼꼼하게 힘 조절을 해야 했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도기가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어깨에 힘을 꽉 주고 천천히 돌렸죠. 끼이익"소리와 함께 드디어 분리되는데 하수구 안쪽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배관 입구 직경을 재보니 대략 100mm 정도 나오는데 여기에 맞는 전용 트랩을 수평계로 맞춰가며 자리를 잡았습니다.옆에서 지켜보시던 분이 그거 하나로 정말 냄새 안 나요?라고 물으시길래 제가 트랩 날개가 수압에만 열리고 평소엔 꽉 닫히는 걸 보여드렸습니다. 보세요, 이렇게 0.5초 만에 딱 닫혀야 밑에서 올라오는 벌레나 가스를 막아주는 겁니다. 회기동 하수구 라고 설명해 드렸죠. 사실 이런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현장에서 구르는 사람 눈에는 그 1mm의 틈이 제일 무서운 법입니다.바닥 타일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대여섯 번 닦아내고 백시멘트를 반죽하는데 점도가 딱 찰흙 정도로 나와야 나중에 갈라지지 않아요. 손끝에 전해지는 반죽의 찰기를 느끼며 변기 테두리를 두툼하게 둘렀습니다. 회기동 주택들은 욕실 바닥 구배가 제각각이라 수평 잡는 데만 꽤 공을 들였네요. 한 30분 정도 씨름하다 보니 어느덧 바닥 마감까지 매끄럽게 잡혔습니다.작업 마치고 장비를 챙기는데 허리가 묵직하니 피로가 몰려왔지만, 코가 뻥 뚫린 것처럼 화장실 공기가 상쾌해진 회기동 하수구 걸 보니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하수구 구멍마다 물을 한 바가지씩 부어서 배수가 시원하게 되는지 3회 정도 반복해서 확인했고요. 마지막으로 주변에 떨어진 시멘트 가루까지 싹 닦아내고 나니 그제야 현장 환경이 제 눈에도 만족스럽게 들어왔습니다.떠나기 전에 변기 근처에 코를 대보시던 주인분이 와, 진짜 신기하네라며 웃으시는데 그 미소 하나에 작업자의 고단함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네요. 회기동 골목길을 빠져나오며 다음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핸들을 잡은 손바닥의 굳은살을 슬쩍 만져봤습니다. 정직하게 흘린 땀방울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 이 일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