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등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에서 운전자는 보행자 옆을 지날 경우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서행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 대부분은 이를 골자로 최근 시행에 들어간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알지 못했다.
인천 계양구 임학동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김은란(57)씨는 검은색 승용차가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자 함께 길을 걷던 지인의 팔을 잡아당겼다. 김씨 일행이 길 가장자리로 자리를 피하자 승용차는 다시 속도를 올려 도로를 빠져나갔다.
김씨는 "좁은 길에서 저렇게 빨리 달리면 어떡하냐"며 "인도가 없는 길에선 운전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차를 몰도록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부평구 부평역 인근 좁은 이면도로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종만(75)씨는 1t 트럭이 달려오자 폐지를 실은 자신의 자전거를 도로 한쪽으로 붙이려고 했으나 길가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트럭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적을 울려댔다.
그는 "지나가는 차들에 길을 내주기 위해 자전거를 길가로 붙이려고 해도 공간이 없을 때가 있다"며 "잠깐만 기다려주면 되는데 급하게 경적을 울려대니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도로교통법 바뀌었지만 운전자 대부분 잘 몰라 '경적' 여전
경찰 "모든 이면도로 위반 단속 어려워… 홍보·계도 예정"
지난 20일부터 이면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보행자가 먼저 통행할 수 있도록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좁은 길에서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겹칠 경우, 운전자는 보행자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서행하거나 멈춰야 한다.
보행자를 향해 경적을 울릴 경우 '위협 운전'으로 간주해 승용차 기준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노인보호구역에서는 범칙금이 8만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대부분 이를 모르고 있다. 계양구 임학동 주택가에서 택배 배송을 하던 이모(41)씨는 "평소 좁은 길에서 보행자가 앞에 걸어가고 있으면 옆으로 피할 때까지 서행한다"며 "골목길을 지나가는 보행자에게 경적을 울리는 것도 범칙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끔 배송해야 하는 택배 물량이 많아 시간이 촉박할 때는 길을 비켜주지 않는 보행자에게 경적을 울리기도 하는데, 이것도 처벌 대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차량을 소유한 시민 정모(34)씨는 "보행자가 고의로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운전자가 지켜야 하는 법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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